구멍 뚫린 문화재 관리 실태 _기계 모험가 베토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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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24일 발표한 문화재 실태 감사결과는 우리 정부의 문화재 관리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 나라의 보물격인 옥새(玉璽)를 분실하고 각종 궁중인장을 훼손된 채 방치했으며, 그나마 소장하고 있는 유물에 대한 조사와 연구도 뒷전으로 미뤘다는게 감사원 조사결과이다. 문화재 주변 경관을 고려하지 않고 건물 신축 허가를 내주는 등 관계당국의 문화 재산에 대한 안일한 인식도 관리소홀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궁중인장 `없어지고, 부러지고, 녹슬고' = 조선시대 궁중인장은 외교활동을 비롯한 국가적 행사를 치를 때 사용한 중요한 역사적 유물이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조선왕조에서 제작했던 옥새(玉璽) 39과(인장단위) 중 34과를 잃어버렸다. 이 가운데 왕권 승계와 외교문서에 사용한 국새(國璽) 13과는 모두 분실됐고, 그나마 행방을 찾은 일반 행정용 옥새 5과 중 1과는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문화재청에서 1971년 11월부터 1985년 9월 사이에 조선왕조 최초의 옥새인 `조선국왕지인' 등 국새 3과와 `선황단보' 등 행정용 옥새 2과, 여타 어보(御寶)와 궁인(宮印) 등 25과를 분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에서 궁중인장을 궁궐내 행각 등 보존환경이 적합하지 않은 곳에 보관하면서 이상유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한 조사나 검토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감사원 설명이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보관중인 어보 316과 중 도장면인 인면(印面) 부식이 23과, 손잡이 파손이 52과로 나타났고, 어보 보관함 상당수도 녹슬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모든 어보에 유성매직으로 관리번호를 써놓는 등 관리상태가 한심한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또 궁인(宮印) 29과, 관인(官印) 139과, 사용인(私用印) 116과가 훼손이 심각했는데도 보전 처리하지 않고 방치돼 있었다. ◇창덕궁내 테니스장..`동구릉' 옆 초고층 아파트 = 문화재청은 사적 제122호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창덕궁 문화재 지정구역 내에 테니스장을 만드는 한편 사적 제157호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인 `환구단' 보호구역에도 냉각탑을 세웠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모두가 불법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문화재청은 감사원의 지적이 있자 지난 3월 뒤늦게 테니스장을 철거했고, 냉각탑은 해당 지자체와의 협의와 문화재 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처리할 계획이다. 감사원은 또 문화재청장이 뚜렷한 기준도 없이 문화재 보호 구역 주변에 건축할 수 있도록 불합리하게 허가해준 사례도 다수 적발했다. 조선 태조의 `건원릉' 등 9개의 능으로 이뤄진 `동구릉' 주변의 아파트 신축 관련해, 문화재청은 당초 문화재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아파트 높이를 5층 이하로 조정토록 했다가 같은 업체의 4번째 허가신청을 받고는 15층을 짓도록 허가했다. 조선 인조와 인열왕후의 능인 `장릉' 주변에도 당초 건축을 불허했다가 건축면적과 높이를 조금 줄여 재신청하자 문화재 경관에 미치는 영향에는 변화가 없는데도 허가를 해주기도 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 사적 제62호인 `대구 달성(城)'의 경우도 `성'이 아닌 주변도로를 기준으로 건축높이를 규제했고, 조선 고종과 명성황후의 능인 `홍릉'과 순종과 순명효황후.순정효황후의 능인 `유릉'의 경우도 경관이 수려해 건물 신축을 제한했어야 했는데도 건축을 허용하기도 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문화재보호법 시행령에는 `경관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준만 제시하고 있어 문화재별로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中관우 기념비 전시하면서 "진린 기념비" = 국립고궁박물관 등은 그나마 소장하고 있는 유물에 대한 조사와 연구도 게을리 한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국립고궁박물은 소장하고 있는 궁중인장 중 나무로 만든 `대조선국 대군주보'가 국새의 견본이라는 사실은 물론 중국 촉한의 장수 관우의 어보와 인장의 존재, `극'(極)이라는 인장을 정조가 사용했다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관우를 기념하는 `북묘비'를 전시하면서 이를 명나라 장수 진린의 기념비로 잘못 설명했다. 또 박물관에서 발간한 `고려ㆍ조선의 대외교류 특별전'에는 조선에서 청나라에 보낸 외교문서에 찍힌 `조선국왕지인'을 조선국왕과 청 황제의 옥새가 함께 찍힌 것이라고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기도 했다. 서울대 규장각은 조선 헌종 때 인장을 모아 찍어 만든 책인 `보소당인존'을 청나라 옹방강의 `인보'로 설명하기도 했다. . ◇문화재청, 비지정 문화재 조사권한도 없어 = 감사원은 "문화재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문화재청에서 비지정 문화재를 파악하고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문화재 관련 종합정책 수립 및 문화재 지정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지정 문화재에 대해 조사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국사편찬위원회 등에서 선정.관리하고 있는 귀중본 1만여 권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감사원은 문화재청에서 문화재를 파악.조사하는 경우 소장자가 협조하도록 하는 규정을 문화재보호법에 신설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