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개혁에 소멸 위기 몰린 접경지…부대 해체·이전 이어져_듀오 카지노 판타지_krvip

국방개혁에 소멸 위기 몰린 접경지…부대 해체·이전 이어져_윌리엄 보너는 얼마나 벌어요_krvip

[군 부대 해체...접경지 소멸 위기]

지난해 12월 4일, 청와대 앞에 난데없이 상여가 등장했습니다. 강원도 접경지역 주민들 1,000여 명이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은 정부의 국방개혁이 '접경지역에 대한 사망선고' 라며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지난 70년 가까이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해 왔는데, 그 희생의 대가가 `지역 공동화'로 나타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주민보다 군인이 더 많은 화천, 경기는 '침체', 인구는 '급감']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의 한 편의점의 문이 자물쇠로 잠겨있다. KBS 촬영본 캡처.
지난달 말, 취재진이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의 군부대 인근 상가 골목을 돌아봤습니다. 한 마디로 썰렁하기만 했습니다.

골목에 있는 편의점 문은 쇠사슬로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편의점 안의 진열대는 텅 비어 있고, 먼지와 쓰레기만 남아 있었습니다. 주민들 말로는 이곳은 폐업한 지 1년이 다 됐다고 했습니다.

조금 더 가봤습니다. '임대' 현수막이 내걸린 커다란 건물이 나타났습니다. 6개 층 가운데 3개 층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이 건물의 주인은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지난해 위수지역이 해제되고 나서부터는 완전히 줄더라고요. 손님이 한 80% 줄더라고요. 지금 뭐 IMF는 저리가라예요. 이건 상대도 안 돼요. 장사가 안되는 거는."

인근의 숙박업소도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군인과 면회객들이 단골이었는데, 위수지역이 해제되면서 도회지로 떠나간 결과라고 했습니다.

현장의 한 숙박업체 사장은 전기요금도 안 나온다며 늦어도 한 달 안에는 폐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의 한 PC방이 텅 비어있다. KBS촬영본 캡처.
평일에도 군인들로 북적이던 피시방도 요즘은 개점휴업 상태인 날이 많다고 업주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예전의 좌석의 90%가 찼다면, 지금은 많이 차 봐야 30% 수준이라는 게 피시방 업주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주민들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군인들이 지역을 떠나가고, 군부대가 해체되면 그야말로 접경지역의 '소멸'로 이어질 거라는 걱정 때문입니다.

실제로 화천 지역의 초등학교의 경우, 많게는 재학생의 70%가 군인 가족인 학교들이 있습니다.

2022년이면 화천 지역의 3개 사단 가운데 하나가 해체되는데, 군인 가족이 떠나고 난 뒤 학교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역의 농산물 판로 역시 문제입니다. 화천지역에서 군납하는 농산물 물량은 한해 121억 원 정도에 이릅니다. 그런데 고정 거래처인 군부대가 해체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농민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접경지역은 왜 군부대에 의존하게 됐을까?]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의 썰렁한 거리. KBS 촬영본 캡처
1953년, 6·25 전쟁이 휴전체제에 들어가면서 한반도의 허리에는 군사분계선이 생겼습니다. 이 선과 인접해 있는 접경지역에는 군부대와 군사시설이 집중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70년 동안 이중 삼중의 개발 규제가 가해졌습니다.

강원도의 경우, 철원부터 고성까지 5개 군이 접경지역에 해당됩니다. 이 5개 군 지역의 경우 전체 면적의 50.1%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습니다. 특히, 철원의 경우 군 면적의 98.2%, 사실상 군 전체가 군사시설보호구역입니다.

또, 이 5개 지역의 상주 인구는 모두 25만여 명가량으로 추산됩니다. 이 가운데 10만여 명이 군인입니다.

전체 상주인구의 40%, 10명 중 4명이 군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가운데서도 화천군의 경우에는 주민은 2만 4,000여 명인데, 군 장병이 2만 7,000여 명으로 추산됩니다. 주민보다 군인이 많습니다.

결국, 각종 규제가 많아 그동안 개발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지역의 생존을 군부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정부가 국방개혁 2.0을 추진하면서, 안 그래도 인구가 줄어가던 접경지는 인구 절벽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먼저 군 위수지역이 해제됐습니다. 외출이나 외박을 나온 군 장병들이 지역을 떠나, 즐길 거리가 다양하고 가격도 싼 도회지에서 여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뒤이어 군부대 해체가 추진됐습니다. 특히, 전국의 해체 대상 부대 가운데 군단은 2개 가운데 하나, 사단은 4개 가운데 3개가 강원도에 몰려 있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부대도 많습니다. 강원도 철원에 있는 육군 6사단과 3사단 사령부는 경기도 포천으로 이전할 예정입니다.

이로 인해, 앞으로 2~3년 안에 강원도 접경지역을 빠져나갈 인구가 최소 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양구군이나 화천군의 인구는 2만 5,000명 안팎입니다. 인구수로만 따져보면, 이런 작은 군 하나가 강원도의 지도에서 통째로 사라지는 셈입니다.

["최소한 생존권 보장해야" VS "군사 보안 정보 공유 어려워"]

2019년 12월 2일, 강원도 인제군 79포병대대 부대 해체식. KBS촬영본 캡처
지난해 12월 2일, 강원도 인제의 79포병 대대에서는 부대 해체식이 열렸습니다. 66년 동안 이 자리를 지켰던 부대가 국방개혁 2.0에 따라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해당 부대의 병력은 근처의 다른 부대로 재배치 됐습니다.

이틀 뒤에는, 강원도 양구의 2사단도 해체됐습니다. 부대 해체가 점차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현재 국방개혁 2.0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8년 기준 46만 4천 명인 육군 병력을 오는 2022년까지 36만 5천 명으로 감축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인구절벽으로 병력자원 감소가 심각한 수준인 상황에서, 정예화된 부대구조로의 개편은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접경지역 주민들 역시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에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이 바라는 건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입니다. 주민들은 70년 가까이 군사시설로 인한 피해와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군과 공존해 온 만큼, 군부대가 떠날 때도 지역사회와 머리를 맞대고 그 이후의 대책을 논의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군부대 유휴지 활용과 군사 규제 완화, 접경지원 지원 법제화가 이들의 대표적인 요구입니다.

일각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주민들 스스로 일부 상인들의 '바가지요금'과 '불친절'에 대해 되돌아보고, 군인들이 '머물고 싶은' 지역 사회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정부는 군사 보안을 이유로 정확한 부대 이전 시기도, 규모도 알려주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 자체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접경 지역 주민들의 호소가 높아지자 국방부와 강원도, 접경지역 5개 군이 오는 16일 첫 상생협의회 회의를 열기로 했습니다. 국방개혁의 원활한 추진과 접경지역의 상생을 아우를 수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을지 접경지역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