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당국은 솜방망이 처벌만? _팀 베타 이식성_krvip

개인정보 유출…당국은 솜방망이 처벌만? _인터넷에 글을 써서 돈을 벌다_krvip

<앵커 멘트> 초고속 인터넷과 관련된 상품에 가입하라는 전화때문에 짜증나신 적 없으십니까? 싫다는 의사를 밝혀도 반복해서 걸려오는 이런 상품가입 전화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내 전화번호와 이름 심지어 주소까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이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텔레마케팅 업체로 넘겼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계당국은 몇년째 솜방망이 처벌만 내리고 있습니다. 고객의 인정보를 영업에 이용하는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의 상술과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당국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하는 안 모 씨는 2년전부터 귀찮은 전화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인터넷 TV와 전화 등 초고속 인터넷과 관련된 상품에 가입하라는 겁니다. 안 씨는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혔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인터뷰>안모씨 : “하루에 뭐 시도때도 없어요. 몇 시간 전에 안 한다고 좀 언성을 높이고 전화를 끊었는데 불과 몇 시간 후에 같은 사람한데 또 전화가 올 정도니…본인 내부적으로도 앞 뒤 상황없이 무턱대고 하는 것 같아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해지한 고객에게도 상품에 다시 가입하라는 전화가 시도때도 없이 걸려옵니다. <녹취>최 모 씨 : “이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지 말라는 요청을 하면서 이름까지 적어놓고 책임을 져라 다음에 또 전화를 하면 이렇게까지 하겠다 거의 협박 비슷하게 요청을 해서 그쪽에서 처리를 했데요. 그런데도 또 전화가 오는 거예요.” 왜 이런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인 하나로 텔레콤의 한 위탁영업점을 찾아갔습니다. 전화를 이용한 텔레마케팅이 한창입니다. <녹취> “고객님 지금 하나로텔레콤 초고속 상품 쓰고 계시죠?” 이들이 전화를 걸고 있는 대상은 자사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들. 이름과 전화번호 같은 개인정보는 하나로 텔레콤 본사에서 제공했습니다. 이처럼 전화판매를 하는 곳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곳만 전국적으로 300곳. 확인되지 않은 위탁업체들까지 합치면 하루 수천명의 영업사원들이 고객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겁니다. 하나로 텔레콤의 내부 전자 문서입니다. 서비스를 해지한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보내 줄테니 영업에 이용할 것과 실적이 부진할 경우 나중에 개인정보 할당에 반영하겠다고 적혀 있습니다. 해지고객의 개인정보는 영업에 이용할 수 없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없애버려야 하지만 버젓이 영업에 이용해온 겁니다. <녹취>하나로텔레콤 위탁영업점 사장 : “전문 유통점들 하나TV, 전화, 아니면 그런식으로해서 할당을 해 줘요. 그러면 상담원들이 그걸보고 전화를 하는거죠.”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한 영업엔 고객정보관리시스템 이른바 하나캠프도 한 축이었습니다. 초고속 인터넷에 가입한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본사 서버에 모아놓고 위탁영업점들이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고객입맛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만든 시스템이 사실은 회사의 돈벌이에 이용된 겁니다,. <녹취>하나로텔레콤 위탁영업점 사장 : “영업하는 곳에서만 정보를 보는 게 아니라 센터 본사, 106, 유통망들 다 오픈이 돼 버리는 거죠.” 하나로텔레콤측은 고객들로부터 개인정보 사용에 대한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하규진(하나로텔레콤) : “동의를 받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CRM에 등록을 하고 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나로가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활동들을 전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활동들은 정상적인 영영활동이고 위탁업무다 판단하고 있습니다.” 과연 제대로 동의를 받은 걸까? 하나로텔레콤이 증거로 제시한 가입신청서 가운데 뒷장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부분을 살펴봤습니다. 깨알같은 글씨로 위탁영업점 208곳에 개인정보를 제공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208곳이 구체적으로 어딘지조차 밝히지 않았고 개인정보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단 한 줄에 불과합니다. 더 구체적인 설명을 원한다면 고객들이 직접 홈페이지를 방문하라고 쓰여있을 뿐입니다. <인터뷰>손태희(개인정보유출피해자) : “그렇지 않죠. 뭐 이게 설치하러 온 기사님도 그러는데 자 여기여기 쓰시면 됩니다. 사인하시면 됩니다라고 이야기하는데 누가 그걸 다 일일이 설명합니까?” 더구나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는 사용할 수 조차 없습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하나로텔레콤과 LG파워콤 그리고 KT의 홈페이지를 통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가입을 시도해보니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을경우엔 아예 서비스에 가입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황민호(변호사) : “선택권이 없는 동의절차가 과연 동의절차를 거쳤다고 볼 수 있을지…실질적인 의미에서 동의절차를 거쳤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고요. 사살상 동의절차를 강요하고 있는 셈이죠.” 더 큰 문제는 관계당국의 안이한 대응입니다. 초고속 인터넷 상품과 관련된 전화가 무차별적으로 걸려오기 시작한 건 지난 2006년부터, 이 무렵 과거 정보통신부를 비롯한 관련부서엔 소음공해에 가까운 상품판매 전화에 시달린다는 민원이 폭주했습니다. 과거 정보통신부가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에 대한 현장실사를 몇 번이나 나갔는지 알아봤습니다. 2006년 3번, 2007년에 5번, 그나마 이 가운데 상당수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보도가 잇따른 이후에 나간 사실상 뒷북 실사였습니다. 현장실사로 KT와 LG파워콤, 하나로텔레콤 등 대형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 3곳에 부과된 과태료는 모두 합쳐도 고작 1억원에 불과합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정통부 공무원이 사업자측에 미리 단속사실을 알려준 것을 확인하고 공무원과 업체의 유착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장관승(서울청 사이버 수사팀장) : “보도까지 나면서 언론에서 문제삼았는데도 그 뒤에도 단속을 나가면서도 미리 알려주고 내가 니네 뭐 단속나갈께 알려주면 당연히 증거를 없애는 거 아니겠습니까?” 또 다른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도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영업점이나 외부업체에 조직적으로 유출시킨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사후 관리역시 부실 했습니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2006년 한 위탁영업점이 전산망을 이용해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열람했다며 하나로텔레콤에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이때부터 이미 고객정보가 내부 전산망을 통해 위탁영업점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정보통신부는 적극적인 사후관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녹취>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 : “그때 처분을 하고 과태료 부과를 하고 시정내용을 문서로 받아서 확인하면 끝납니다. (시정조치가 끝났으니까 다시 확인할 의무는 없으신거네요?) 네…상시적으로 많은 사업자들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저희가 무슨 경찰처럼 그거 한 건을 가지고 2,3년을 붙잡는 건 아니기 때문에…”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이 고객들로부터 개인정보제공 동의를 제대로 받았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헛점투성입니다. 담당공무원은 가입계약서를 무작위로 선정해 검사하는 방식으로 모니터링을 해 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서류상으로만 이뤄졌을 뿐입니다. <인터뷰>조영훈(차장) : “동의한 범위를 벗어나서 마케팅에 활용된 것은 없는 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샘플링 조사를 싹 합니다. 실제로 동의 위탁 없이 취급된 것은 그 당시에는 확인이 안됐습니다. (가입자에게 직접 물어보신게 아니라 서류상으로 확인하신거죠?)그렇죠.” 서류나 전산상으로 동의표시만 돼 있으면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이 충분한 설명을 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고객들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해왔다는 얘기입니다. 하나로텔레콤은 며칠 전 개인정보 관리에 소홀했다고 인정하고 일간지에 대대적인 사과광고를 게재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의 집단소송 움직임도 본격화 돼 벌써 수천명이 하나로텔레콤은 상대로 소송을 준비중입니다. <인터뷰>유철민(변호사) : “금액도 많지 않고 번거로와서 속으로 삭이고 그만두는게 많은데 이건 그냥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고 고의적인 이런것에 대해서는 꼭 책임을 물어야겠다.” 지난 2월 정보통신부로부터 개인정보보호 업무를 넘겨받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6일부터 특별조사팀을 구성해 하나로텔레콤에 대한 조사에 나섰습니다. 또 다른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경찰수사에 잔뜩 겁먹은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은 이미 전화판매 영업을 거의 중단한 상태. 이때무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통신부처럼 책임회피를 위한 뒷북조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인터뷰>전응휘(녹색소비자 연대) : “고객정보를 어떻게 처리하건 사업자가 최소한의 형식 요건만 갖춰가지고 고객의 정보를 맘 대로 쓸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통신부의 개인정보에 관련된 정책의 기본 방향이었다. 그렇게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천5백만명. 인터넷 사용인구 3천 4백만명인 IT강국 대한민국.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한 대한민국은 순위를 메기는 것조차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우리가 자랑하는 인터넷 때문에 언제 내 개인정보가 새나갈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손태희(개인정보유출 피해자) : “일단 제가 모르는 사람한테 전화를 받아서 누구누구씨죠? 해서 주소도 다 알고 전화번호도 다 알고 그런 내용을 안다면 제가 발가벗고 있는 느낌이잖아요. 수치심도 느끼고 모르는 사람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데 기분좋을 사람이 어디에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