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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상화하택! 위에는 불, 아래는 연못이라는 뜻으로, 2005년 한국사회를 나타내는 사자성어로 대학교수들에 의해 선정됐습니다. 위로 올라가려는 불과 아래로 처지려는 물이 서로 분열하고 갈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처럼 올 한해는 어느 해 보다 진보와 보수, 양측의 이념 갈등이 첨예했습니다. 큰 사안이 터질 때마다 어김없이 이념 대결의 장이 벌어졌습니다. 우리 사회는 좌-우 양측으로 나뉘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올 한해, 점철됐던 이념갈등의 양상과 그 원인을 되돌아봤습니다. <리포트> 오갈 데 없는 비전향 장기수 6명의 유해가 안장돼 있는 경기도 파주시의 한 사찰 공원묘지입니다. 지난 5일 이곳으로 군복을 입은 사람 수십 명이 모여듭니다. <인터뷰>북파공작특수임무 파주동지회 회원 : “대한민국 사람 맞습니까? 대한민국 사랑하십니까? 말씀 안 하시는 겁니까?” 이들은 쇠망치로 비석 6기를 모두 부숴버렸습니다. 넘어진 표지석에 새겨진 글자를 돌로 짓이기고 있습니다. 비석들은 산산조각이 났거나 통째로 넘어졌고, 위에는 빨간색의 스프레이가 뿌려졌습니다. 묘비를 부순 사람들은 북파공작원 단체 회원들, 이들은 묘비에 새겨진 애국투사 등의 문구를 문제 삼았습니다. <인터뷰>최승영(북파공작특수임무 파주동지회 회장) : “유골이 들어서도 안 되겠지만, 그 비문 자체를 세웠다는 그것만으로도 저희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 묘역은 지난 98년부터 연고가 없어 마땅히 묻힐 데가 없는 비전향 장기수의 유해를 사찰측이 종교적, 인도적 관점에서 이곳에 안치를 허락하면서 공원이 조성됐습니다. <인터뷰>일문(보광사 주지) : “신념이나 옳고 그른 것은 역사가 평가하겠지만 마지막 가는 길에 자비심으로 돌봐준다 이런 마음으로 했습니다.” 결국 이들의 유해는 다른 비전향 장기수의 집에 나눠져 임시로 보관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임방규(비전향 장기수 출신) : “어찌 이리 됐는가 모르겠어. 살아있을 때는 또 몰라. 돌아가신 후에까지 말이지. 참 가슴이 아픕니다.” 온갖 갈등으로 점철됐던 올 한해, 살아서의 이념을 문제 삼으며 죽은 이의 영혼이 쉴 한 뼘 땅까지도 허용 않는 곳까지 우리 사회 이념갈등의 골은 깊어졌습니다. <현장음>“8.15민족대축전의 개막을 선언합니다.” 광복절 하루 전인 8월 14일, 8.15민족대축전에 참가한 북한 대표단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국립현충원을 찾았습니다. <현장음>“순국 선열 및 호국 영령에 대하여 묵념...바로” 묵념시간은 몇 초에 불과했지만, 자신들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적군을 용서하고, 화해를 구했다는 점에서, 분단 60년, 대립으로 점철됐던 남북 관계사에 한 획을 긋는 상징성이 있는 행사였습니다. <현장음>“붉은 괴수 참배하면 호국영령 통곡한다. 통곡한다. 통곡한다.” 북한 대표단의 참배를 앞두고 현충원 앞은 보수단체들의 시위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북한인사의 현충원 참배를 막기위해 현충원에 진입하려고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인공기를 불태웠습니다. <현장음>“빨갱이는 대한민국을 떠나라” 민족대축전 본행사 날인 15일, 광화문 사거리에는 수천 명의 보수단체 회원들이 8.15민족대축전 행사에 반발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김정일의 얼굴에 엑스표를 그린 깃발을 흔들고, 인공기를 불태우면서 민족대축전에 참석한 북한 인사들에게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습니다. 서울역 앞에서도 손에 태극기를 든 수천 명의 보수단체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인터뷰>이규택(한나라당 의원) : “북한의 인권에 대해 침묵하고 외면하는 것은, 김정일이 인권을 탄압하는 것에 대한 방조하는 공범자라고 저는 믿습니다.” 일부는 집회를 반대하는 진보단체 회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종로거리에서는 진보단체 회원들이 행진을 벌이고, 다른 한쪽에선 이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는 등, 8.15행사를 둘러싼 좌-우 양측의 갈등의 골은 어느 해보다 깊어졌습니다. 지난 7월, 인천 자유공원에 보수단체 회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진보단체의 맥아더 동상 철거 요구 집회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현장음>“지켜내자! 지켜내자!” 공원 진입을 막는 경찰들과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현장음> “빨갱이를 죽여야 한다. 죽여야 한다.” 경찰을 사이에 두고 양측이 따로 집회를 열었지만 신경전은 날카로웠습니다. <인터뷰>진보단체 회원 : “저희들에게 맡겨주십시오… 저 맥아더 동상을 끌어내리고 말겠습니다.” <인터뷰>서석구(변호사):“맥아더 장군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 북한의 무력남침을 저지한 위대한 장군입니다.” 진보와 보수 양측으로 나눠 신경전을 벌이던 두 집단은 결국 두 달 뒤, 대규모로 충돌합니다. 진보단체가 자유공원으로 행진하며 들어오다가 기다리던 보수단체와 맞닥뜨립니다. 행진하는 진보단체를 향해 보수단체 회원들이 계란과 쓰레기 등을 집어 던집니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진보단체 회원들에게 달려듭니다. <녹취>진보단체 회원 : “야, 사람들 돌 던지는데, 뭐 하는 거야 너네” 빨갱이, 수구반동이라는 욕설과 고함이 서로 오갑니다. 우여곡절끝에 경찰을 사이에 두고 따로 집회가 열렸지만, 보수단체는 호루라기를 불어대며 진보단체들의 집회를 방해합니다. <인터뷰>진정환(예비역 대령) : “맥아더 장군을 기리기 위해서 맥아더 동상은 영원히 민족의 보물로 기록돼야 한다 생각합니다.” <인터뷰>방용승(직도폭격장 전북대책위 집행위원장) :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는 것은 잘못된 우리 역사를 바로잡는 첫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올 들어 두 달 동안 철거와 사수를 주장하는 양측의 집회와 시위는 60여 차례를 넘겼고, 두 달 넘게 첨예한 대결을 벌이면서 사회를 양분시켰습니다. 맥아더 동상 철거를 둘러싼 갈등은 진보단체들이 민감한 사안을 차분한 설득과 공론화 과정 없이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보수단체들을 결집시키고, 갈등을 촉발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대통령 탄핵과 이철우 의원 간첩 논란 등 정치권과 제도권내에서 촉발된 사안이 우리사회를 진보와 보수 양 집단으로 나누며 갈등을 불러왔습니다. 올해는 갈등의 요소가 제도권 바깥인, 사회전반으로 번지고, 각 사안이 첨예한 이념논쟁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갈등양상을 보였습니다. 문제는 사소한 의견 대립마저도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이를 정략적으로 쟁점화하면서 이념갈등으로 증폭시켰다는 점입니다. 지난 9월 2일, 경찰에 소환되는 강정구 교수를 두고 진보와 보수 양측이 맞섰습니다. <현장음>“통일전쟁 운운하는 강정구를 쳐죽이자. 쳐죽이자.” 진보단체는 사상과 학문의 자유를 옥죄는 국가보안법이 문제라며, 경찰을 규탄했습니다. <현장음>“보안분실 해체하라. 보안경찰 규탄한다.” 처음엔 양측의 갈등이 사상, 학문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친북발언자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뉘어 논쟁을 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법무부장관이 검찰의 구속의견을 거부하고, 불구속 지휘를 하자, 정치권은 이 문제를 국가정체성 논란으로 확대시켰습니다. <인터뷰>박근혜(한나라당 대표) :“국가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한나라당이 중심이 돼서 모든 국민의 힘을 모아 국민과 함께 구국운동을 벌여 나갈 것입니다.” 두 달 가까이 온 나라를 들썩거리게 만들었던 강정구 교수 파문과 법무부 장관의 불구속 지휘권 발동은 그러나, 10.26 재보궐 선거가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씻은듯이 사그라 들었습니다. 태산명동 서일필이었습니다. 결국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한나라당이 사소한 사안을 정략적으로 이념논쟁으로까지 증폭시켰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인터뷰>김호기(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 “이념이라고 하는 것은 정책을 구체적으로 생산하거나 추진하는데 있어서 전체적인 틀을 제공하는 어떤 하나의 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어떤 사람은 우파를 선택하게 되고, 어떤 사람은 좌파를 선택하게 되는데요.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이념을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어떤 수단으로 이용하는 전략적인 성격이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사회 이념갈등의 또 다른 특징은 낡은 이념의 틀을 맹목적으로 신봉하면서 의견이 다른 사람은 악으로 보는 선악구분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신지호(자유주의연대 대표) :“20세기형 이념 대립의 특징은 뭐냐면 좌와 우 모두 흑백논리, 선악 이분법을 가지고 상대편을 대한다는 겁니다. 이를 테면 우파의 경우 좌파를 빨갱이야 하고 몰아치는 선악이분법이 있고, 또 좌파의 경우 우파에 대해서 수구꼴통이야 냉전반동세력이야 하는 식의 이런 낙인을 찍는 선악 이분법이죠.” <인터뷰>김영명(한림대 국제대학원장) :“소위 진보세력이라고 하는 새로운 세력들한테 얘기하고 싶은 것은 조금 더 성숙해야 된다. 지금 노 대통령을 비롯해서 현 정부가 필요 이상으로 보수세력을 자극했다는 거죠. 보수세력을 자극하지 않고 개혁을 해야 되는데, 보수 세력을 자극하지 않아야 개혁을 할 수 있는데, 개혁은 제대로 안 하고 말과 행동만 가지고 오히려 자극만 해 가지고 개혁을 더 못하게 만든 이런 행태를 지금까지 보여왔다는 거죠.” <인터뷰>박효종(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 : “보수주의자들이 이제 과거의 그 권력을 가지고 있었던 상황에서의 어떤 특권적인 개념, 이것들을 아직도 좀 뭐라고 그럴까… 스스로에 대해서 개선한다, 개혁한다라고 하는 마음이 아직은 좀 적고, 권력을 다시 찾아와야겠다는 마음이 너무 앞선 나머지 이제 모든 것들을 너무 쟁점화하는 경향이 조금 과하지 않느냐 하는 이런 생각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오랜 독재의 그늘에서 한가지 생각만을 강요 받고, 획일적 교육을 받아오면서 형성된 다른 생각에 대한 체질적인 반발감과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고 타협하는 기술이 부족하다는 점도 이념갈등의 토양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허영호(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토론의 목적이라고 하는 것은 다양성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고요. 그 다양성이 곧 건전함 또 사회적인 틀을 형성하는 뿌리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그런 어떤 기반이 된다고 보거든요. 우리 사회에서는 다름이라고 하는 것이 곧 적이 되는 것이고요. 적이 되기 때문에 뒤따르는 느낌은 바로 증오 또 뭔가 쓰러뜨려야 된다는 적개심 이런 것들로 어찌 보면 양분된다고 볼 수 있겠죠.” 이익과 가치관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갈등은 민주화된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갈등을 외면하거나 부정하고 서둘러 봉합하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권위주의나 독재시대의 유산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갈등의 비용을 최소화하고 생산적으로 이를 타협하고 해결해 내느냐 하는 것입니다. 다른 의견이나 가치관을 받아들일 관용의 정신이 없으면 이념 갈등은 해결할 수 없습니다. 모든 문제를 이념의 문제로 귀속시키고, 정략적인 목적으로 이념을 이용할 때 이념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